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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수학 싫다는 아이, 억지로 시키지 않고 다시 앉힌 과정 (2주 기록)

7월 15, 2026

어느 날부터 아이가 "수학 문제집 할 시간이야"라는 말만 들어도 표정이 안 좋아졌습니다. 처음엔 꾀부리는 거라고 생각해서 몇 번 억지로 앉혔습니다. 결과는 최악이었습니다. 울면서 연필을 던진 날도 있었습니다. 그날 밤, 이대로 가면 수학 자체를 완전히 미워하게 만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방법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억지로 앉히는 걸 멈추고, 2주 동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봤습니다. 이 글은 그 2주의 하루하루 기록입니다.

돌이켜보면 조짐은 그전부터 있었습니다. 문제집을 펼 때마다 한숨을 쉬었고, 쉬운 문제도 "몰라"부터 나왔습니다. 저는 그걸 게으름이라고만 해석했습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매일 반복되는 잔소리와 채점, 틀렸을 때의 실망한 제 표정이 쌓이고 쌓여서 수학이라는 과목 자체가 싫어진 거였는데,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더 다그쳤던 것입니다.

1~3일차: 문제집을 아예 치웠습니다

처음 사흘은 문제집을 책상에서 아예 치웠습니다. "오늘부터 수학 안 해도 돼"라고 말했을 때 아이 얼굴에 스친 안도감을 보고, 그동안 얼마나 부담이었는지 실감했습니다. 대신 그 시간에 보드게임을 하거나 그냥 놀게 뒀습니다. 불안했습니다. 이러다 진도가 완전히 밀리는 건 아닌지, 이게 맞는 선택인지 계속 의심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사흘은 버텨보기로 했습니다.

4~7일차: 문제집 없이 숫자만 갖고 놀았습니다

나흘째부터 아주 조금씩 다르게 접근했습니다. 문제집 대신 마트 영수증으로 암산 게임을 하거나, 주사위 두 개를 굴려서 합을 맞히는 놀이를 했습니다. "이거 공부 아니야?"라고 아이가 물었을 때 "그냥 노는 거야"라고 답했습니다. 실제로 제 목표도 공부를 시키는 게 아니라, 숫자 앞에서 아이 표정이 풀리는 걸 보는 것이었습니다. 이레째 되던 날, 아이가 먼저 "우리 그 주사위 게임 또 하자"라고 말했을 때 처음으로 조금 안심이 됐습니다.

8~11일차: 딱 세 문제만 풀자고 제안했습니다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 문제집을 다시 꺼냈습니다. 다만 조건을 바꿨습니다. "오늘은 딱 세 문제만 풀자. 다 틀려도 괜찮아." 분량을 확 줄이고 결과에 대한 부담을 먼저 없앴습니다. 아이는 여전히 시큰둥했지만, 세 문제라는 말에 못 이기는 척 앉았습니다. 사실 세 문제는 5분도 안 걸리는 분량이라, 앉았다는 것 자체가 절반의 성공이었습니다.

12~14일차: 스스로 문제집을 펴는 순간이 왔습니다

2주째 마지막 며칠, 세 문제가 다섯 문제로, 다섯 문제가 반 페이지로 자연스럽게 늘었습니다. 늘린 것도 제가 아니라 아이였습니다. "오늘은 좀 더 풀어볼까"라는 말을 아이 입에서 들은 날, 이 방법이 통했다는 걸 확신했습니다. 14일째 저녁에는 제가 말 꺼내기 전에 아이가 스스로 문제집을 펴는 모습을 봤습니다. 2주 전과 비교하면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었습니다.

2주가 지나고 알게 된 것

돌아보면 아이가 거부했던 건 수학 자체가 아니라, 수학과 함께 붙어 있던 부담과 잔소리였습니다. 문제집을 치우고 부담을 먼저 걷어내니, 아이가 스스로 돌아올 자리가 생겼습니다. 다만 이 방법이 모든 상황에 통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험이 코앞이라 미룰 여유가 없는 상황이었다면 저도 이렇게 느긋하게 사흘을 통째로 비우진 못했을 겁니다. 여유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2주였습니다.

그리고 이 2주 동안 제가 가장 많이 고친 건 아이가 아니라 제 반응이었습니다. 틀린 문제를 보고 한숨을 쉬거나 "왜 또 틀렸어"라는 말을 삼켰습니다. 대신 "어,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네"처럼 결과보다 과정에 반응하려고 애썼습니다. 별것 아닌 말투 하나였는데, 아이가 문제집을 대하는 태도가 눈에 띄게 편해졌습니다.

Q. 문제집을 아예 치우면 진도가 너무 밀리지 않나요?

A. 사흘 정도는 크게 영향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억지로 앉혀서 수학 자체를 싫어하게 만드는 것보다, 짧게 멈췄다가 스스로 돌아오게 하는 쪽이 장기적으로 진도를 지키는 데 훨씬 유리했습니다. 밀린 사흘은 나중에 하루 이틀이면 금방 따라잡았습니다.

Q. 이 방법을 다시 써야 할 상황이 또 생기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A. 똑같이 문제집부터 치울 것 같습니다. 다만 이번 경험으로 부담을 걷어내는 것과 성적을 포기하는 것은 다르다는 걸 배웠습니다. 아이 표정이 굳는 신호를 더 일찍 알아챈다면, 사흘씩 통째로 비우기 전에 하루만 쉬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것

2주가 지난 지금도 몇 가지는 계속 지키고 있습니다. 채점할 때 틀린 문제에 빨간 펜으로 크게 표시하지 않습니다. 대신 맞은 문제에 작은 동그라미만 살짝 그려줍니다. 그리고 하루 분량을 아이가 먼저 정하게 합니다. 제가 정한 분량보다 늘 적었지만, 스스로 정했다는 것만으로 끝까지 해내는 비율이 훨씬 높아졌습니다. 억지로 앉히지 않는 것과 방치하는 것은 다르다는 걸, 이 2주 동안 계속 헷갈리면서도 배웠습니다.

마무리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를 억지로 앉히는 대신 2주를 돌아간 것이 결과적으로는 지름길이었습니다. 문제집을 치우는 사흘이 가장 불안했지만, 그 사흘이 없었다면 14일째 저녁, 아이가 스스로 문제집을 펴는 장면도 없었을 겁니다. 지금 비슷한 상황이라면, 문제집을 붙잡고 씨름하기 전에 하루 이틀만 완전히 놓아보시길 권합니다. 조급함을 며칠만 내려놓아도, 아이가 돌아올 길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