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2학년이 되고 구구단을 시작했을 때, 저는 남들 하는 방법을 순서대로 다 해봤습니다. 구구단 노래를 2주 동안 틀었고, 화장실 문과 식탁 옆에 구구단 포스터를 붙였습니다. 결과는 둘 다 실패였습니다. 노래는 신나게 따라 부르는데 "삼 사는 몇이야?"라고 물으면 처음부터 노래를 다시 불러야 답이 나왔고, 포스터는 일주일 만에 벽지처럼 아무도 안 보는 존재가 됐습니다. 이 글은 그 뒤에 방법을 바꿔서 3주 만에 효과를 본 과정을 기록한 글입니다.
노래와 포스터가 실패한 이유
실패하고 나서야 원인이 보였습니다. 노래로 외운 구구단은 아이 머릿속에 '소리의 순서'로 저장됩니다. 그래서 중간에서 하나만 꺼내는 게 안 됩니다. 노래 가사를 중간부터 부르기 어려운 것과 똑같은 원리입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아이는 3×4가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 곱셈이 "3씩 4묶음"이라는 것을 모르는 상태에서 "삼사 십이"만 외우니, 아이에게 구구단은 의미 없는 주문 81개였던 것입니다. 외울 근거가 없으니 자꾸 까먹는 게 당연했습니다.
성공한 방법 하나: 외우기를 멈추고 '뛰어 세기'부터
방법을 바꿔서, 구구단 외우기를 아예 중단했습니다. 대신 두 가지만 했습니다.
1단계: 묶어 세기로 곱셈의 뜻부터 (1주차)
바둑돌을 꺼내서 3개씩 묶어 놓고 "3씩 2묶음이면 몇 개야?"부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하나씩 세든 말든 그냥 두었습니다. 며칠 지나니 아이가 "3, 6… 9!"처럼 묶음 단위로 세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그게 바로 3 곱하기 3이야"라고 알려줬습니다. 곱셈 기호를 먼저 가르친 게 아니라, 아이가 이미 하고 있는 행동에 이름을 붙여준 것입니다. 이 순서가 핵심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단계: 몸으로 하는 뛰어 세기 (2~3주차)
그다음은 입이 아니라 몸으로 연습했습니다. 아파트 계단을 오르면서 "2, 4, 6, 8…" 하고 두 칸씩 뛰어 세고, 손뼉을 치면서 "5, 10, 15, 20"을 리듬으로 붙였습니다. 차 타고 이동할 때는 "3에서 시작해서 3씩 다섯 번 뛰면?" 같은 퀴즈를 냈습니다. 하루 5분도 안 걸렸지만 매일 했습니다.
뛰어 세기가 몸에 붙자 신기한 일이 생겼습니다. "삼 사는?"이라고 물으면 아이가 노래를 부르는 대신 "3, 6, 9, 12"를 빠르게 거쳐서 답을 냈습니다. 처음엔 2~3초 걸리던 게 점점 빨라지더니, 3주쯤 지나자 자주 쓰는 단은 거의 바로 나왔습니다. 외운 게 아니라 하도 많이 뛰어서 길이 난 것에 가깝습니다.
순서를 바꾸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정리하면 순서의 문제였습니다. 저는 처음에 "외우기 → 이해는 나중에"로 갔다가 실패했고, "묶어 세기(뜻) → 뛰어 세기(몸) → 외우기(자동화)"로 바꾸고 성공했습니다. 마지막 단계인 외우기는 사실 시킬 필요도 없었습니다. 앞의 두 단계가 되니 저절로 됐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7단, 8단처럼 어려운 단에서 막히면 외운 걸 쥐어짜는 대신 "7씩 뛰어봐"라고 말합니다. 아이에게 돌아갈 길이 있다는 것, 그게 구구단 스트레스를 없앤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Q. 학교 진도는 이미 나가는데, 뛰어 세기부터 하면 늦지 않나요?
A. 저희도 학교에서 구구단 검사를 하던 시기라 조급했습니다. 그래도 3주만 투자한다고 생각하고 진행했는데, 원리가 잡힌 뒤에는 남은 단을 외우는 속도가 훨씬 빨라져서 결과적으로 반 진도를 따라잡았습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는 게 맞았습니다.
Q. 몇 단부터 시작하는 게 좋은가요?
A. 2단, 5단, 10단부터 시작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뛰는 간격이 몸에 잘 붙는 단이라 아이가 성공 경험을 빨리 쌓을 수 있습니다. 어려운 7단, 8단은 쉬운 단으로 자신감이 붙은 다음에 하는 게 훨씬 수월했습니다.
마무리
구구단이 안 외워지는 것은 아이의 암기력 문제가 아니라 순서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노래와 포스터로 몇 주째 제자리라면, 외우기를 잠시 멈추고 바둑돌 한 통과 계단 오르기부터 시작해보시길 권합니다. 저희 집은 그 3주가 구구단 전체를 바꿔놓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