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종이접기 3개월 후기를 쓰면서, 평면 감각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입체도형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솔직하게 적었습니다. 그 뒤로 입체까지 포함해서 이것저것 시도해봤고, 지금은 저희 집에서 자리 잡은 방법이 다섯 가지가 됐습니다. 전부 학원이나 비싼 교구 없이 집에 있는 물건과 몇천 원짜리 준비물로 한 것들입니다. 효과 순서가 아니라 시작하기 쉬운 순서로 정리합니다.
1. 종이접기 — 평면 감각의 기본기
가장 먼저 시작했고 가장 오래 하고 있는 방법입니다. 접는 선이 대칭축이 되고, 접을 때마다 새 도형이 태어나는 것을 손으로 배웁니다. 자세한 진행 방법과 3개월간의 변화, 그리고 한계까지 지난 글에 다 적어두었으니 여기서는 결론만 말씀드립니다. 회전·뒤집기·대칭 같은 평면 문제에는 분명히 효과가 있었습니다. 색종이 한 묶음, 천 원이면 시작합니다.
2. 칠교놀이 — 모양을 쪼개고 합치는 감각
다이소에서 산 칠교판(탱그램) 하나로 시작했습니다. 일곱 조각으로 정해진 모양을 만드는 놀이인데, 이게 도형 문제에서 말하는 "도형을 나누어 생각하기"와 정확히 같은 활동입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답지를 보고 따라 만들었고, 익숙해진 뒤에는 저와 시합을 했습니다. 같은 모양을 누가 먼저 만드나 내기를 하면 아이가 유리한 게임이라(어른이 진심으로 해도 잘 안 됩니다) 자신감 붙이기에도 좋았습니다.
3. 주사위·각설탕 쌓기 — 입체 감각은 이걸로 잡았습니다
쌓기나무 교구를 살까 하다가, 집에 있는 보드게임 주사위 여섯 개로 먼저 해봤는데 충분했습니다. 방법은 이렇습니다. 제가 주사위를 쌓으면, 아이가 위에서 본 모양과 앞에서 본 모양을 종이에 그립니다. 그다음엔 반대로, 제가 그린 그림을 보고 아이가 주사위를 쌓습니다.
이 양방향 연습이 핵심이었습니다. 실물을 그림으로, 그림을 실물로 오가는 것. 교과서 쌓기나무 단원이 요구하는 능력이 정확히 이것인데, 아이는 게임인 줄 알고 했습니다. 종이접기가 커버하지 못했던 입체 문제가 이 놀이 두 달 뒤부터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4. 손전등 그림자 놀이 — 투영을 몸으로
비 오는 날 저녁에 우연히 시작한 놀이입니다. 불을 끄고 손전등으로 물건을 비추면서 "그림자가 무슨 모양일까?"를 먼저 맞히고 확인합니다. 컵은 옆에서 비추면 직사각형, 위에서 비추면 원. 같은 물체가 방향에 따라 다른 모양이 된다는 것, 이게 바로 투영이고 위에서 본 모양·옆에서 본 모양 문제의 원리입니다. 준비물이 없고 아이가 제일 재미있어해서, 효과 대비 노력이 가장 적은 방법이었습니다.
5. 우리 집 보물지도 그리기 — 공간을 표현하는 연습
마지막은 그리기입니다. 집에 과자를 숨기고 아이에게 보물지도를 그려서 아빠에게 전달하게 했습니다. 지도를 그리려면 우리 집 구조를 위에서 내려다본 모양으로 머릿속에서 바꿔야 합니다. 처음 그린 지도는 방 크기가 다 제멋대로였는데, 몇 번 하다 보니 "거실이 내 방보다 두 배쯤 크니까"라며 비율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공간을 축소해서 평면에 옮기는 경험, 지도 단원과 비율 개념의 예습이 이 놀이 안에 다 들어 있었습니다.
다섯 가지를 해보고 정리한 순서
다 좋았지만 굳이 순서를 정하라면 이렇게 권합니다. 시작은 그림자 놀이(준비물 없음, 재미 최고), 다음이 종이접기와 칠교(평면), 그다음 주사위 쌓기(입체), 마지막이 지도 그리기(표현)입니다. 하루에 하나씩 다 할 필요는 전혀 없고, 저희도 일주일에 두세 번, 한 번에 10분 정도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도형을 문제집 그림이 아니라 만지고 비추고 쌓는 물건으로 만나게 해주는 것, 그것뿐이었습니다.
Q. 쌓기나무 교구를 사는 게 낫지 않나요?
A. 나중에 개수가 많이 필요해지면 교구가 편합니다. 다만 시작 단계에서는 주사위나 각설탕으로 충분했고, 아이가 재미를 붙이는지 먼저 확인한 뒤에 사도 늦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결국 주사위로 끝까지 갔습니다.
Q. 다섯 가지 중 하나만 한다면 뭘 골라야 하나요?
A. 아이가 약한 부분에 따라 다릅니다. 평면 도형(대칭·회전)이 약하면 종이접기, 쌓기나무 유형이 약하면 주사위 쌓기입니다. 어디가 약한지 모르겠다면 그림자 놀이부터 시작해보세요. 아이 반응을 보면서 다음 것을 고르면 됩니다.
마무리
도형 감각은 타고나는 것이라고들 하지만, 저희 집 경험으로는 만져본 시간에 비례해서 자랐습니다. 다섯 가지 전부 합쳐도 비용은 칠교판과 색종이 값 정도입니다. 학원 도형 특강을 알아보기 전에, 집에 있는 주사위와 손전등부터 꺼내보시길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