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을 앞두고 2학기 곱셈 단원에 들어가기 전에 아이에게 26 곱하기 3을 풀어보라고 했습니다. 답이 틀렸습니다. 구구단은 1초 만에 나오고, 덧셈 받아올림은 예전에 잡아둔 상태였는데도 그랬습니다.
처음에는 덤벙거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열흘 동안 붙잡고 오답을 모아보니 원인이 분명했습니다. 곱셈 받아올림은 덧셈 받아올림과 순서가 다릅니다. 아이는 덧셈에서 익힌 순서를 그대로 곱셈에 가져다 쓰고 있었습니다. 이 글은 그 차이를 찾아 잡아준 기록입니다.
같은 받아올림인데 올린 수를 쓰는 시점이 다릅니다
덧셈부터 보겠습니다. 27 더하기 15에서 일의 자리는 7 더하기 5로 12가 되고 1을 올립니다. 그다음 십의 자리는 2 더하기 1에 올린 1까지 그냥 더해서 4가 됩니다. 올린 수가 다른 숫자들과 나란히 더해집니다.
곱셈은 다릅니다. 26 곱하기 3에서 일의 자리는 6 곱하기 3으로 18이 되고 1을 올립니다. 여기까지는 같습니다. 그런데 십의 자리에서는 2 곱하기 3을 먼저 하고 그 결과인 6에 올린 1을 더해야 합니다. 6 더하기 1로 7이 됩니다. 올린 수가 곱셈이 끝난 뒤에 더해지는 것입니다.
아이는 이 순서를 덧셈처럼 처리했습니다. 2와 올린 1을 먼저 더해 3을 만들고, 그 3에 3을 곱해 9를 썼습니다. 답이 98이 나왔습니다. 계산을 못 한 게 아니라 순서 하나가 뒤집혀 있었던 것입니다.
두 세로셈을 나란히 놓고 십의 자리 처리만 비교한 것입니다.
오답 숫자만 봐도 원인이 갈렸습니다
열흘 동안 곱셈에서 틀린 문제를 모았습니다. 14개가 나왔고 두 유형으로 갈렸습니다.
첫 번째는 올린 수를 먼저 더하고 곱하는 경우입니다. 9개로 가장 많았습니다. 위에서 본 98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유형은 답이 정답보다 훨씬 커집니다. 십의 자리가 통째로 부풀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올린 수를 아예 잊는 경우입니다. 5개였습니다. 2 곱하기 3까지만 하고 68로 답했습니다. 이 유형은 답이 정답보다 정확히 10 작습니다.
여기서 실제로 쓸모가 있었던 게 하나 있습니다. 아이 답이 정답보다 크면 첫 번째, 작으면 두 번째였습니다. 채점만 하면 둘 다 그냥 오답인데, 정답과 숫자를 비교하는 것만으로 원인이 갈렸습니다. 덕분에 아이 풀이를 하나하나 뜯어보지 않아도 어느 쪽인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두 유형은 고치는 방법도 다릅니다. 첫 번째는 순서를 모르는 것이라 절차를 다시 잡아야 하고, 두 번째는 순서는 아는데 놓치는 것이라 확인 습관을 붙이면 됩니다. 그래서 한 문제집 안에서도 어느 쪽이 많은지 세어보는 게 도움이 됐습니다. 저희는 아홉 개가 첫 번째였으니 절차 쪽이 문제였습니다.
올린 수를 적는 위치를 바꿨습니다
말로 순서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는 잘 안 됐습니다. "곱하고 나서 더하는 거야"라고 하면 그 자리에서는 고치는데 다음 문제에서 또 먼저 더했습니다.
그러다 아이 공책을 보고 알았습니다. 아이는 올린 1을 십의 자리 숫자 바로 위에 적고 있었습니다. 덧셈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으면 2와 1이 위아래로 붙어 있으니 더하고 싶어집니다. 위치 자체가 잘못된 순서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올린 수를 위가 아니라 세로셈 왼쪽 바깥에 작게 적게 했습니다. 숫자 줄에서 떨어뜨려 놓은 것입니다. "여기 있는 애는 곱셈이 다 끝나면 데려오는 애야"라고 말해줬습니다. 이 한 가지를 바꾸고 나서 첫 번째 유형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같이 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계산할 때 순서를 소리 내어 말하게 했습니다. "이 이는 사, 그다음 일 더해서 오" 같은 식입니다. 곱하기와 더하기 사이에 "그다음"이라는 말을 넣게 한 게 핵심이었습니다. 그 한 마디가 두 계산 사이에 간격을 만들어줬습니다. 사흘쯤 지나자 소리 내지 않고도 그 순서로 풀었습니다.
덧셈 때는 반대였습니다. 덧셈 받아올림을 잡을 때는 올린 1을 십의 자리 위에 꼭 쓰게 하는 게 답이었습니다. 같은 방법이 곱셈에서는 오히려 방해가 됐다는 게 저에게도 의외였습니다.
열흘 뒤 남은 것과 안 되는 것
먼저 더하고 곱하는 실수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순서를 아이가 말로 설명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곱하기 먼저, 더하기 나중"이라고 스스로 말하면서 풉니다.
올린 수를 잊는 두 번째 유형은 남아 있습니다. 이건 순서 문제가 아니라 주의 문제라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만 이제는 아이가 답을 쓰고 나서 "10 차이나면 1 안 더한 거"라고 스스로 확인합니다.
그리고 세 자리 곱하기 한 자리로 넘어가면 다시 흔들립니다. 올릴 자리가 두 번이라 첫 번째 올린 수를 처리하는 사이에 두 번째를 놓칩니다. 이건 2학기에 나올 내용이라 지금은 무리하지 않고 두고 있습니다.
이 방법이 맞지 않는 경우
구구단이 1초 안에 나오지 않는다면 이 단계가 아닙니다. 곱셈 받아올림은 구구단을 하면서 동시에 올린 수를 기억해야 하는데, 구구단에서 이미 힘을 다 쓰면 올린 수가 남아날 수 없습니다. 그때는 곱셈 세로셈보다 구구단을 먼저 봐야 합니다.
반대로 덧셈 받아올림 자체가 아직 불안하다면 그것부터입니다. 곱셈 받아올림은 덧셈 받아올림을 알고 있다는 전제 위에서 순서만 바꾸는 일이라, 바닥이 흔들리면 순서를 바꿔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마무리
곱셈에서 틀리면 보통 구구단을 다시 시키게 됩니다. 저도 그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오답을 모아보니 구구단은 다 맞았고, 틀린 자리는 올린 수를 언제 더하느냐였습니다. 덧셈에서 잘 익힌 습관이 곱셈에서는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혹시 아이가 곱셈 받아올림에서 자꾸 틀린다면, 오답과 정답의 숫자를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시길 권합니다. 답이 크면 순서가 뒤집힌 것이고, 10만큼 작으면 올린 수를 잊은 것입니다. 저희 집은 14개 중 9개가 순서 문제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