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시계를 숫자가 다 적힌 것으로 바꾸고 나서 아이는 시계를 잘 읽게 됐습니다. 몇 시 몇 분인지 묻는 문제는 거의 다 맞혔습니다. 그래서 시계 단원은 끝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3학년 1학기 길이와 시간 단원에서 다시 멈췄습니다. "지금이 2시 45분입니다. 1시간 40분 뒤는 몇 시 몇 분입니까?" 이런 문제 앞에서 연필을 놓았습니다. 시계는 읽는데 시간 계산은 못 하는 상태였습니다. 이 글은 그 원인을 찾아 오답을 나눠보고, 계산 순서를 정해준 기록입니다.
읽는 것과 계산하는 것은 다른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시계를 덜 익힌 줄 알고 시계 읽기를 다시 시켰습니다. 그런데 그건 다 맞혔습니다. 며칠 헤매다가 두 가지가 아예 다른 일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시계를 읽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이 어디인지를 말하는 일입니다. 바늘이 가리키는 자리를 보고 이름을 붙이면 됩니다. 반면 시간 계산은 두 시점 사이의 거리를 다루는 일입니다. 지금 위치에서 얼마만큼 이동한 뒤의 위치를 구해야 합니다. 시계를 읽을 줄 안다고 이게 자동으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아이를 진짜로 막은 것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시간은 60에서 올라간다는 점입니다. 아이가 그때까지 해온 계산은 전부 10에서 올라갔습니다. 일의 자리가 10이 되면 십의 자리로 1을 올리고, 십의 자리가 10이 되면 백의 자리로 올렸습니다. 그런데 시간만 60에서 올라갑니다. 절차는 같은데 기준 숫자가 다릅니다.
돌이켜보면 거실 시계를 바꿔서 시계 읽기를 해결했던 때에 저는 이 단원을 다 잡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읽기만 잡고 계산은 손도 안 댄 상태였는데 말입니다.
오답 17개를 나눠보니 두 가지였습니다
짐작만으로는 알 수 없어서 시간 계산 문제에서 틀린 것을 모았습니다. 2주 동안 17개가 나왔습니다. 계산 흔적을 지우지 않고 두고 하나씩 봤더니 두 유형으로 갈렸습니다.
첫 번째는 60을 넘겨도 시로 올리지 않는 경우였습니다. 11개로 가장 많았습니다. 2시 45분에서 1시간 40분 뒤를 구하는 문제에서 아이는 "3시 85분"이라고 썼습니다. 시는 정확히 옮겼고 분도 정확히 더했습니다. 85분이 1시간 25분이라는 것만 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는 분에서 뺄 수 없을 때 멈추는 경우였습니다. 6개였습니다. 3시 20분에서 1시간 40분 전을 구하는 문제인데, 20에서 40을 뺄 수 없으니 거기서 손을 놓았습니다. 답 칸이 아예 비어 있었습니다.
두 유형을 놓고 보니 하나는 받아올림이고 하나는 받아내림이었습니다. 60진법으로 바뀐 받아올림과 받아내림이었던 겁니다. 아이는 10진법 받아올림과 받아내림은 이미 잘합니다. 그런데 기준이 60이 되니 처음 배우는 것처럼 막혔습니다. 절차를 이해한 게 아니라 10이라는 숫자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입니다.
2주 동안 모은 시간 계산 오답을 두 유형으로 나눠본 것입니다.
수직선 대신 순서를 정해줬습니다
교과서는 수직선으로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가로선을 긋고 시각을 표시한 다음 화살표로 이동을 그리는 방식입니다. 저희 아이에게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수직선 자체를 그리는 데 시간이 걸리고, 눈금을 몇 칸 그려야 하는지에서 또 헷갈렸습니다.
그래서 그림을 포기하고 순서만 세 단계로 고정했습니다.
첫째, 시를 먼저 옮깁니다. 2시 45분에서 1시간 뒤니까 3시 45분이 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분을 아예 건드리지 않습니다. 둘째, 분을 더합니다. 45분에 40분을 더해 85분입니다. 셋째, 60이 넘으면 시로 올립니다. 85분은 1시간 25분이니까 3시 85분은 4시 25분이 됩니다.
순서를 이렇게 나눈 이유는 헷갈리는 자리를 하나로 줄이기 위해서였습니다. 시와 분을 동시에 다루면 아이가 어디서 실수했는지 저도 못 찾습니다. 시를 먼저 끝내놓으면 남는 건 분 계산 하나뿐이고, 틀려도 그 자리에서 바로 보입니다.
세 번째 단계를 위해서 한 가지를 더 했습니다. 60분이 1시간이라는 걸 아이가 말로만 알고 있어서, 종이에 60분을 다섯 칸으로 나눠 12분씩 적어보게 했습니다. 시계 큰 눈금 하나가 5분이라는 것과 연결해서 85분이 60분 지나고 25분 더 간 것이라는 걸 눈으로 보게 했습니다.
3주 뒤 달라진 것과 아직 안 되는 것
더하는 문제는 잡혔습니다. 지금은 시간 계산 문제를 보면 아이가 시부터 옮기고 시작합니다. "3시 85분"처럼 60을 넘긴 채로 두는 답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빼는 문제는 아직입니다. 3시 20분에서 1시간 40분 전을 구하는 문제는 지금도 헷갈려합니다. 시를 먼저 옮기라고 하면 2시 20분까지는 가는데, 20분에서 40분을 빼야 하는 자리에서 다시 멈춥니다. 여기는 1시간을 60분으로 바꿔 와야 하는데 그 단계가 아직 몸에 안 붙었습니다.
이상한 건 실생활에서는 잘한다는 점입니다. "5시까지 나가야 하는데 지금 4시 20분이면 얼마 남았어?"라고 물으면 40분이라고 바로 답합니다. 그런데 같은 내용이 문제지에 적혀 있으면 멈춥니다. 이게 왜인지는 저도 아직 모르겠습니다. 문장을 읽는 부담이 계산까지 밀어내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지켜보는 중입니다.
이 방법이 맞지 않는 경우
이 글의 방법은 시계를 읽을 줄 아는 아이가 계산에서만 막힐 때를 다룬 것입니다. 지금이 몇 시 몇 분인지 읽는 것 자체가 어렵다면 순서를 정해줘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때는 읽기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또 하나, 60분이 1시간이라는 것을 아이가 모르고 있다면 세 단계 중 마지막이 무너집니다. 저희도 아이가 이걸 말로는 알지만 감각으로는 몰랐던 게 원인의 절반이었습니다. 순서를 알려주기 전에 "60분이면 몇 시간이야?"부터 물어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마무리
시계 단원에서 아이가 막히면 대개 시계 읽기를 다시 시키게 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오답을 모아보니 시계는 이미 읽을 줄 알았고, 막힌 자리는 60이라는 숫자였습니다. 10에서 올리는 계산만 해오던 아이에게 60은 새로운 규칙이었던 것입니다.
혹시 아이가 시계는 읽는데 시간 계산 문제만 틀린다면, 틀린 문제를 몇 개 모아서 두 가지로 나눠보시길 권합니다. 60을 안 넘긴 것과 뺄 수 없어서 멈춘 것으로요. 저희 집은 17개 중 11개가 같은 자리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