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2학년이던 지난해 여름방학에는 2학기 수학 문제집을 끝까지 풀렸습니다. 한 달이면 한 학기 분량을 미리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계획대로 문제집 한 권을 마쳤습니다. 당시에는 방학을 알차게 보냈다는 생각에 뿌듯했습니다.
그런데 2학기가 시작된 뒤 담임 선생님께 아이가 수학 시간에 이미 아는 내용이라고 생각해 집중하지 않을 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집에서도 비슷했습니다. 방학 때 풀었던 내용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지만, 조금 다르게 물으면 설명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예습을 한 것이 무조건 잘못이었다기보다, 문제집 한 권을 끝내는 데만 집중한 방식이 저희 아이에게 맞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올해 여름에는 2학기 내용을 전부 끝내지 않고, 학교 수업에서 처음 배우는 재미를 남겨두는 쪽으로 바꿨습니다.
문제집은 끝냈지만 제대로 아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난해에는 개념 설명을 읽고 해당 문제를 풀면 그 단원을 공부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정해둔 진도에 맞추려면 계속 다음 장으로 넘어가야 했기 때문에, 아이가 왜 그렇게 풀었는지 확인하는 시간은 많지 않았습니다.
아이도 한 번 풀어본 문제를 익숙한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학교에서 비슷한 내용이 나오면 “이거 해봤어”라고 했지만, 방학 때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부분까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학교 수업에서 다시 배우면 보완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아는 내용이라고 여기니 설명을 충분히 듣지 않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저희 아이에게는 많은 내용을 먼저 보는 것보다, 배운 것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일이 더 필요했습니다.
수학 선행을 길게 이어갔다가 다시 조절한 경험이 있었는데도, 방학 예습에서는 문제집 한 권을 끝내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서 비슷한 실수를 반복했습니다.
올해는 복습을 마친 뒤에 예습을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2학기 문제집부터 펼치지 않았습니다. 먼저 1학기에 반복해서 틀렸던 단원을 확인하고, 다시 볼 내용부터 정리했습니다. 복습할 부분이 남아 있는 동안에는 예습 진도를 따로 늘리지 않았습니다.
방학 후반에 들어서 복습이 어느 정도 정리된 뒤, 하루 30분 수학 시간 중 일부를 예습으로 바꿨습니다. 새로운 공부 시간을 추가한 것이 아니라, 기존 복습 시간에 하던 내용을 바꾼 것입니다.
지난해처럼 2학기 전체 문제를 풀지는 않았습니다. 목차와 단원 첫 부분을 보며 다음 학기에 어떤 내용을 배우는지만 이야기했습니다. 곱셈의 수가 커지는지, 새로운 도형이 나오는지, 어떤 단위를 배우는지 아이와 그림을 보며 확인했습니다.
첫 단원만 기본 문제를 조금 풀었습니다
문제를 풀어본 것은 첫 단원 정도였습니다. 개학 직후 새 학기 생활에 적응하면서 수학까지 어렵게 느끼지 않았으면 해서 기본 개념과 쉬운 문제만 살펴봤습니다.
처음부터 단원평가 수준까지 풀리지는 않았습니다. 문제를 혼자 해결하는 것보다 “2학기 첫 단원에서는 이런 내용을 배우는구나”라고 알아두는 정도로 끝냈습니다. 아이가 막히는 문제는 방학 안에 반드시 해결하려고 붙잡지 않고, 표시해뒀다가 학교에서 배운 뒤 다시 보기로 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문제집에서 비어 있는 페이지를 보면 채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올해는 일부러 뒤쪽 문제를 남겨뒀습니다. 개학 후 학교 진도에 맞춰 다시 풀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올해는 아이의 반응을 보며 멈추기로 했습니다
예습 분량을 몇 장으로 정해놓기보다 아이의 반응을 봤습니다. 처음 보는 내용인데도 바로 많은 문제를 풀려고 하거나, 설명을 대충 읽고 답만 맞히려는 모습이 나오면 더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목차와 그림을 보면서 궁금한 점을 묻거나, 다음 학기에 배울 내용을 자기 말로 간단히 설명하면 그날 예습은 거기서 끝냈습니다. 잘하는지 시험하기보다 새로운 내용을 낯설지 않게 만나는 것이 올해 목표였기 때문입니다.
예습 교재도 방학 안에 끝낼 책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목차와 개념 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먼저 보고, 문제집은 개학한 뒤에도 이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남겼습니다.
복습할 내용이 많다면 예습하지 않는 날도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다른 아이들이 얼마나 앞서가는지를 보고 예습 범위를 정했습니다. 올해는 우리 아이의 1학기 오답을 먼저 봤습니다. 다시 확인해야 할 단원이 많다면 남은 방학 동안 복습만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복습이 길어진 주에는 예습을 하지 않았습니다. 예습을 못 했다는 조급함은 있었지만, 1학기 내용을 헷갈리는 상태에서 새로운 단원을 더하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여름방학 안에 2학기 내용을 얼마나 많이 끝냈는지는 개학 후 수업 태도를 보장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저희 아이에게 필요했던 것은 한 학기 분량을 미리 끝내는 일이 아니라, 학교에서 배울 때 집중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를 남기는 일이었습니다.
마무리
지난해에는 2학기 문제집을 끝내는 것이 예습의 성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올해는 복습을 먼저 하고, 2학기에는 어떤 내용이 나오는지 살펴본 뒤 첫 단원의 기본 문제만 조금 풀었습니다.
이 방식이 모든 아이에게 맞는 기준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선행을 즐기고 충분히 이해하면서 공부하는 아이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저희 아이는 전 범위를 미리 끝냈을 때 수업을 가볍게 생각하는 모습이 있었고, 그래서 올해는 학교에서 새롭게 배울 부분을 남겨두었습니다.
방학 예습 범위를 고민한다면 문제집의 마지막 페이지보다 아이의 현재 복습 상태와 개학 후 수업 태도를 함께 보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저희 집에서는 ‘2학기 완성’보다 ‘2학기 내용을 미리 구경하기’가 더 잘 맞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