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중에 3학년 2학기 문제집을 폈습니다. 첫 단원이 나눗셈이었습니다. 1학기에 나눗셈을 구구단과 연결해서 잡아뒀기 때문에 이번에는 수월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두 페이지도 못 가서 멈췄습니다. 걸린 곳은 계산이 아니라 "나머지"라는 말이었습니다. 이 글은 아이가 푼 문제집을 놓고 무엇이 막혔는지 찾아본 기록입니다.
아이가 지금 풀고 있는 3학년 2학기 나눗셈 단원입니다.
세로셈은 맞는데 답이 틀렸습니다
49를 4로 나누는 문제였습니다. 아이는 세로셈을 정확하게 했습니다. 40을 빼고 9를 내리고, 8을 빼서 1을 남겼습니다. 과정만 보면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답 칸에는 12만 적혀 있었습니다.
"1은 어디 갔어?"라고 물었더니 아이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건 남은 거잖아." 그 말에서 원인을 알았습니다. 아이는 나머지를 답의 일부가 아니라 계산하고 버리는 찌꺼기로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몫이 진짜 답이고 나머지는 덤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계산을 못 하는 게 아니라 나머지가 무엇인지 몰랐던 것입니다.
틀린 문제 세 개에서 같은 원인이 보였습니다
그날 채점한 페이지에서 틀린 문제 세 개를 따로 봤습니다.
첫째는 나누어떨어지는 나눗셈을 찾는 문제였습니다. 아이는 계산을 다 해놓고도 답을 고르지 못했습니다. "나누어떨어진다"가 "나머지가 0이다"와 같은 말이라는 걸 연결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나머지를 버리는 것으로 봤으니, 나머지가 0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정보로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둘째는 나머지가 가장 큰 것을 찾는 문제였습니다. 45÷4, 33÷3, 59÷5, 68÷6 중에서 고르는 문제였는데, 아이는 몫끼리 비교하고 있었습니다. 문제가 묻는 대상이 몫이 아니라 나머지라는 걸 읽고도 놓쳤습니다.
셋째는 나누는 수를 잘못 보고 계산한 문제였습니다. 49÷5를 구하라는 문제인데 세로셈에는 4로 나눈 흔적이 있었습니다. 앞 문제에서 계속 4로 나누다가 손이 그대로 움직인 것입니다. 이건 개념 문제가 아니라 옮겨 적는 습관 문제였습니다.
세 개 중 두 개가 계산 실수가 아니었습니다. 나머지를 무엇으로 보느냐에서 갈린 문제였습니다.
틀린 문제 세 개 중 두 개는 계산이 아니라 나머지 개념에서 갈렸습니다.
"남은 것" 대신 "아직 못 나눈 것"이라고 바꿔 말했습니다
설명하는 말부터 바꿨습니다. 그동안 저는 나머지를 "남은 거"라고 불렀습니다. 남은 것은 버려도 되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아직 못 나눈 것"으로 바꿔 말했습니다.
문제집에 마침 좋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학생 29명을 3명씩 한 모둠으로 만드는 문제였습니다. 아이가 답을 9모둠 2명이라고 썼습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남은 2명은 어디 가?" 아이가 잠깐 생각하더니 "모둠을 못 만들었지"라고 답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그 2명은 버리는 거야, 아니면 답에 써야 하는 거야?" 이 질문 하나로 아이 표정이 바뀌었습니다. 사람은 버릴 수 없으니까요.
추상적인 숫자에서는 나머지를 버려도 아무렇지 않은데, 사람이나 사탕처럼 실제 대상이 되면 버릴 수가 없습니다. 나머지가 답의 일부라는 걸 설명하는 데는 이 예가 제일 빨랐습니다.
그 김에 부엌에서 사탕을 꺼내 한 번 더 해봤습니다. 열두 개를 접시 세 개에 나누니 남는 게 없었고, 하나를 더해 열세 개로 하니 하나가 남았습니다. "나누어떨어진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이 두 번으로 정리됐습니다.
지금은 두 가지 확인을 붙여서 풉니다
개념을 알았다고 해서 답에서 나머지를 빠뜨리는 습관까지 바로 없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계산이 끝난 뒤에 두 가지를 확인하게 했습니다.
첫째는 나머지가 나누는 수보다 작은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나머지가 나누는 수보다 크거나 같으면 한 번 더 나눌 수 있다는 뜻이니 아직 안 끝난 것입니다. 이걸 규칙으로 외우게 하지 않고 "왜 그럴까?"를 한 번 물어봤더니 아이가 스스로 "더 나눌 수 있으니까"라고 답했습니다. 외운 것보다 오래갑니다.
둘째는 몫에 나누는 수를 곱하고 나머지를 더해서 처음 수가 나오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49÷4라면 12×4에 1을 더해 49가 나와야 합니다. 이 확인을 붙이면 나머지를 빠뜨렸을 때 숫자가 안 맞으니 아이가 스스로 알아챕니다. 제가 지적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Q. 나머지가 있는 나눗셈, 세로셈부터 연습시켜야 하나요?
A. 저희 집은 순서를 반대로 갔다가 돌아왔습니다. 세로셈 절차를 먼저 익히니 계산은 빨라졌는데, 정작 답에서 나머지를 빼먹었습니다. 절차만 아는 상태였던 것입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 "29명을 3명씩 나누면"처럼 실제 상황으로 나머지가 뭔지 잡고 나서 세로셈으로 넘어갔습니다. 순서를 바꾸는 데 이틀 걸렸는데, 그 이틀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Q. 나머지를 자꾸 빼먹는데 반복 연습으로 고쳐지나요?
A. 저희는 반복만으로는 안 됐습니다. 같은 실수를 스무 번 넘게 했습니다. 원인이 부주의가 아니라 "나머지는 답이 아니다"라는 잘못된 이해였기 때문에, 문제를 더 푸는 것으로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대신 답 칸을 "몫 ___ , 나머지 ___" 두 칸으로 나눠서 쓰게 하니 빈칸이 눈에 보여서 빠뜨리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습관은 연습량보다 형식을 바꾸는 쪽이 빨랐습니다.
마무리
나눗셈 단원에서 아이가 틀리면 대개 구구단이나 계산 실력을 의심하게 됩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문제집을 펼쳐놓고 틀린 것만 모아보니, 계산은 거의 다 맞았고 갈린 지점은 나머지를 무엇으로 보느냐였습니다.
혹시 아이가 세로셈은 잘하는데 답이 자꾸 틀린다면, 문제를 더 풀리기 전에 한 번 물어보시길 권합니다. "여기 남은 이 숫자는 뭐야?" 저희 집에서는 이 질문 하나가 시작이었습니다.



